개요: 분자는 진화를 어떻게 말해주는가?
진화론은 오랜 시간 생물학의 핵심 이론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초기에는 형태학이나 화석을 통해 진화를 연구했다면, 오늘날에는 분자 생물학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등장하면서 유전자의 수준에서 진화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DNA, 단백질 서열, 유전자 보존성 등을 통해 진화의 증거를 살펴보고, 생명체의 공통 조상 개념이 어떻게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지를 이해해보겠습니다.
1. DNA 서열 비교: 유전자의 유사성에서 진화를 읽다
1-1. 공통 조상의 유전자 흔적
모든 생물은 DNA를 유전 물질로 사용하며, 이는 생명의 공통 기원을 시사합니다. 특히 서로 다른 종 간의 염기서열 비교를 통해 유전적 유사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체는 약 98.8% 일치
- 인간과 생쥐는 약 85%의 유전자 서열을 공유
- 심지어 효모와도 일부 기초 대사 유전자는 유사함
이는 진화가 점진적 변화의 축적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분자적 증거입니다.
1-2. 중립 진화와 분자 시계
DNA는 돌연변이에 의해 변화합니다. 이 중 많은 돌연변이는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 돌연변이입니다. 이러한 돌연변이들은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축적되며, 이를 이용해 분자 시계(molecular clock)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시:
-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서열 차이를 통해 약 6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분기되었음을 추정
2. 단백질 서열 분석: 아미노산의 진화적 흔적
2-1. 시토크롬 C와 진화 거리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단백질 서열을 비교하는 것은 유전자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인 예는 시토크롬 C (Cytochrome C)
Horse | G | D | V | E | K | G | K | K | I | F | V | Q | K | C | A | Q | C | H | T | V | E | M | T | M | H | K |
Fruit Fly | G | H | V | E | K | G | K | N | K | L | V | T | G | A | Q | C | T | T | V | K | M | M | T | T | H | K |
Yeast | G | D | V | E | K | G | K | K | Y | Y | Y | H | A | Q | H | W | Q | V | T | L | K | T | I | - | - | - |
- 세포 호흡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대부분의 생명체에서 존재
- 인간과 말: 약 10개 아미노산 차이
- 인간과 초파리: 약 30개 차이
- 인간과 효모: 약 50개 이상 차이
이는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시간과 서열 차이의 정도가 비례함을 보여줍니다.
3. 보존된 유전자와 기능: 진화의 흔적이 지금도 작동 중
3-1. HOX 유전자: 진화적 유산
HOX 유전자는 동물의 앞뒤 축을 따라 기관의 위치를 결정하는 형태 발생 유전자입니다. 놀랍게도, 이 유전자는 파리에서 인간까지 거의 동일한 구조와 순서로 존재합니다.
- 초파리의 Antennapedi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다리가 더듬이 자리에 생김
- 유사한 유전자가 생쥐의 척추, 팔다리 형성에도 작용
이처럼 형태 발생에 중요한 유전자가 보존되어 있다는 것은 진화가 무작위가 아니라, 기존의 유전적 틀을 변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의미합니다.
4. 유전자의 흔적: 가짜 유전자(Pseudogenes)
4-1. 비활성화된 유전자의 의미
가짜 유전자(Pseudogene)는 더 이상 단백질을 만들지 않지만, 원래 기능을 하던 유전자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유전자입니다.
예:
- 인간은 비타민 C를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지만, 비타민 C 합성 유전자의 잔해(GULO)가 존재
- 고릴라, 침팬지도 같은 비활성 유전자를 동일한 위치에 가짐
이러한 유전자는 우연의 일치로 동일 위치에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음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5. 분자 계통수: DNA로 그리는 생명의 나무
분자 생물학은 계통수(phylogenetic tree)를 더 정확하게 그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리보솜 RNA(rRNA)는 진화 속도가 느려 계통 분석에 이상적인 분자입니다.
칼 워즈(Carl Woese)는 1977년 rRNA 서열 비교를 통해 고세균(Archaea)이라는 새로운 생명 영역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를 통해 생명체를 세 영역(Domain)으로 재분류했습니다:
영역 | 예시 | 생물특징 |
진정세균(Bacteria) | 대장균 | 일반 세균 |
고세균(Archaea) | 극한미생물 | 고온, 고염 환경 |
진핵생물(Eukarya) | 인간, 식물, 곰팡이 | 핵과 세포 소기관 존재 |
6. 사고력 확장 문제: 생각해보기
문제
인간과 생쥐는 몸 크기나 생활 방식이 매우 다르지만, 유전자의 약 85%를 공유합니다. 이처럼 구조는 달라도 유전자가 유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것이 진화론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해답
- 생쥐와 인간은 약 7천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분기됨. 이로 인해 기초 생리 및 대사 관련 유전자는 여전히 유사하게 유지됨.
- 형태적 차이는 조절 유전자(regulatory genes)의 발현 시기, 위치, 강도 차이에서 비롯됨.
- 이는 진화는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유전자의 발현 방식 조절을 통해 다양성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함.
결론: 분자가 들려주는 진화의 이야기
진화는 이제 더 이상 단지 생김새나 화석의 비교에 그치지 않습니다.
DNA와 단백질이라는 분자 수준에서, 생명의 공통 기원과 진화의 흐름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분자 생물학은 진화를 숫자와 서열, 실험적 증거로 증명할 수 있게 하였으며, 이는 생명과학, 의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과 예측력을 제공합니다.
진화는 단순한 과거의 변화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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