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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생물학

DNA가 말해주는 진화의 비밀: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by 도담 :) 2025. 4. 6.

개요: 분자는 진화를 어떻게 말해주는가?

진화론은 오랜 시간 생물학의 핵심 이론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초기에는 형태학이나 화석을 통해 진화를 연구했다면, 오늘날에는 분자 생물학이라는 강력한 도구가 등장하면서 유전자의 수준에서 진화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DNA, 단백질 서열, 유전자 보존성 등을 통해 진화의 증거를 살펴보고, 생명체의 공통 조상 개념이 어떻게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지를 이해해보겠습니다.


1. DNA 서열 비교: 유전자의 유사성에서 진화를 읽다

1-1. 공통 조상의 유전자 흔적

모든 생물은 DNA를 유전 물질로 사용하며, 이는 생명의 공통 기원을 시사합니다. 특히 서로 다른 종 간의 염기서열 비교를 통해 유전적 유사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체는 약 98.8% 일치
  • 인간과 생쥐는 약 85%의 유전자 서열을 공유
  • 심지어 효모와도 일부 기초 대사 유전자는 유사함

이는 진화가 점진적 변화의 축적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분자적 증거입니다.

유전체 유사도 계통수
유전체 유사도 계통수

1-2. 중립 진화와 분자 시계

DNA는 돌연변이에 의해 변화합니다. 이 중 많은 돌연변이는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 돌연변이입니다. 이러한 돌연변이들은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축적되며, 이를 이용해 분자 시계(molecular clock)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시:

  •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서열 차이를 통해 약 6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분기되었음을 추정

2. 단백질 서열 분석: 아미노산의 진화적 흔적

2-1. 시토크롬 C와 진화 거리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단백질 서열을 비교하는 것은 유전자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인 예는 시토크롬 C (Cytochrome C)

Horse G D V E K G K K I F V Q K C A Q C H T V E M T M H K
Fruit Fly G H V E K G K N K L V T G A Q C T T V K M M T T H K
Yeast G D V E K G K K Y Y Y H A Q H W Q V T L K T I - - -
  • 세포 호흡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대부분의 생명체에서 존재
  • 인간과 말: 약 10개 아미노산 차이
  • 인간과 초파리: 약 30개 차이
  • 인간과 효모: 약 50개 이상 차이

이는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시간과 서열 차이의 정도가 비례함을 보여줍니다.


3. 보존된 유전자와 기능: 진화의 흔적이 지금도 작동 중

3-1. HOX 유전자: 진화적 유산

HOX 유전자는 동물의 앞뒤 축을 따라 기관의 위치를 결정하는 형태 발생 유전자입니다. 놀랍게도, 이 유전자는 파리에서 인간까지 거의 동일한 구조와 순서로 존재합니다.

  • 초파리의 Antennapedi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다리가 더듬이 자리에 생김
  • 유사한 유전자가 생쥐의 척추, 팔다리 형성에도 작용

이처럼 형태 발생에 중요한 유전자가 보존되어 있다는 것은 진화가 무작위가 아니라, 기존의 유전적 틀을 변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의미합니다.

HOX 유전자
HOX 유전자


4. 유전자의 흔적: 가짜 유전자(Pseudogenes)

4-1. 비활성화된 유전자의 의미

가짜 유전자(Pseudogene)는 더 이상 단백질을 만들지 않지만, 원래 기능을 하던 유전자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유전자입니다.

 

예:

  • 인간은 비타민 C를 스스로 합성하지 못하지만, 비타민 C 합성 유전자의 잔해(GULO)가 존재
  • 고릴라, 침팬지도 같은 비활성 유전자를 동일한 위치에 가짐

이러한 유전자는 우연의 일치로 동일 위치에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음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가짜 유전자(Pseudogenes)
가짜 유전자(Pseudogenes)


5. 분자 계통수: DNA로 그리는 생명의 나무

분자 생물학은 계통수(phylogenetic tree)를 더 정확하게 그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리보솜 RNA(rRNA)는 진화 속도가 느려 계통 분석에 이상적인 분자입니다.

칼 워즈(Carl Woese)는 1977년 rRNA 서열 비교를 통해 고세균(Archaea)이라는 새로운 생명 영역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를 통해 생명체를 세 영역(Domain)으로 재분류했습니다:

영역 예시 생물특징
진정세균(Bacteria) 대장균 일반 세균
고세균(Archaea) 극한미생물 고온, 고염 환경
진핵생물(Eukarya) 인간, 식물, 곰팡이 핵과 세포 소기관 존재

생명의 3영역 계통수
생명의 3영역 계통수


6. 사고력 확장 문제: 생각해보기

문제

인간과 생쥐는 몸 크기나 생활 방식이 매우 다르지만, 유전자의 약 85%를 공유합니다. 이처럼 구조는 달라도 유전자가 유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것이 진화론적으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해답

  • 생쥐와 인간은 약 7천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분기됨. 이로 인해 기초 생리 및 대사 관련 유전자는 여전히 유사하게 유지됨.
  • 형태적 차이는 조절 유전자(regulatory genes)의 발현 시기, 위치, 강도 차이에서 비롯됨.
  • 이는 진화는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유전자의 발현 방식 조절을 통해 다양성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함.

결론: 분자가 들려주는 진화의 이야기

진화는 이제 더 이상 단지 생김새나 화석의 비교에 그치지 않습니다.
DNA와 단백질이라는 분자 수준에서, 생명의 공통 기원과 진화의 흐름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분자 생물학은 진화를 숫자와 서열, 실험적 증거로 증명할 수 있게 하였으며, 이는 생명과학, 의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 가능성과 예측력을 제공합니다.

진화는 단순한 과거의 변화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역사입니다.